[프리뷰] ‘리틀 김연경’ 손서연 등장에 들뜰 때가 아니다…한국 여자배구가 풀어야 할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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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티비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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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배구가 세대교체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김연경의 은퇴 이후 대표팀의 중심을 맡을 새로운 스타가 필요했던 상황에서 손서연(선명여고)이 등장하며 팬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손서연은 이미 청소년 무대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만들어냈습니다.
지난해 U-16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주장으로 팀을 이끌며 한국의 45년 만의 우승에 힘을 보탰고,
지난 8월 열린 2026 FIVB U-17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179점을 기록하며 득점 공동 2위에 올랐습니다.
한국이 세계선수권에서 6위에 자리하는 데에도 손서연의 활약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리틀 김연경'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학교배구 현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조금 달랐습니다.
손서연이라는 한 명의 스타에게 기대가 집중되는 것보다 한국 여자배구의 근본적인 저변부터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손서연의 가장 큰 강점은 단연 공격력입니다.
U-17 대표팀에서 직접 손서연을 지도했던 이승여 금천중 감독은 성인 대표팀 선수들도
손서연의 강한 타격 순간만큼은 프로 선수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프로 구단 관계자와 지도자들 사이에서도 공격력만 놓고 보면 지금 당장 V-리그에 뛰어도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입니다.
하지만 손서연의 성장 가능성을 제대로 키우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합니다.
특히 아웃사이드 히터에게 중요한 리시브 능력입니다.
이승여 감독은 공격은 노력으로 빠르게 발전시킬 수 있지만 리시브는 반복적인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공격력이 뛰어난 선수일수록 상대팀의 목적타 서브가 집중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안정적인 수비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손서연의 중학교 시절 스승인 김현정 감독 역시 같은 부분을 짚었습니다.
상대의 집중 견제를 이겨내면서 리시브까지 자신의 무기로 만들어야 진정한 대형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도자들이 손서연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기대와 함께 신중함도 묻어납니다.
김현정 감독은 손서연이 원래 미들 블로커로 뛰다가 중학교 2학년 때 아웃사이드 히터로 포지션을 변경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쉽지 않은 변화였지만 손서연은 강한 승부욕과 집념으로 이를 극복해냈습니다.
김 감독이 손서연에게 강조하는 것도 '제2의 김연경'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김연경을 따라가는 선수가 아니라 손서연만의 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린 선수에게 쏟아지는 관심이 성장의 동력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지나친 기대와 비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손서연이 앞으로 어떤 선수로 성장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지난 3일 경북 영천생활체육관에서 막을 내린 제37회 CBS배 전국 중·고 배구대회에서는 손서연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소속팀 선명여고가 한중일 주니어 종합경기대회 참가를 위해 일본으로 떠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손서연이 빠진 코트에서 오히려 한국 여자배구가 안고 있는 더 큰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현장 지도자들은 특정 선수 한 명에게 지나치게 많은 관심이 쏠리는 상황을 우려했습니다.
손서연 같은 특급 유망주가 등장했다는 사실에만 집중하다 보면 정작 더 심각한 학교배구의 선수층 감소와 훈련 환경 문제를 놓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1990년대 한국 여자배구를 대표했던 장윤희 중앙여고 감독은 현재 한국 여자배구의 저변이 일본과 비교하면 크게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본은 수많은 학교 팀을 기반으로 선수들을 발굴하고 있지만, 한국의 여고부 배구팀은 전국적으로 15개 안팎에 불과하다는 설명입니다.
이 정도의 열악한 환경에서도 청소년 대표팀이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보여주는 것은 선수와 지도자들이 그만큼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계는 분명합니다.
학생 선수들이 일반 수업과 운동을 병행하면서 충분한 훈련량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승여 감독 역시 최저학력제와 수업 일수 규제 등으로 인해 선수들의 절대적인 훈련량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훈련 시간뿐만 아니라 부상 치료나 멘털 관리 등에서도 학생 선수들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입니다.
손서연의 등장은 분명 반가운 소식입니다.
김연경 은퇴 이후 침체기를 겪고 있는 한국 여자배구에 새로운 스타가 등장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팬들이 기대할 이유는 충분합니다.
하지만 손서연 한 명에게 모든 희망을 걸어서는 안 됩니다.
한국 여자배구가 다시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손서연과 함께 성장할 또 다른 유망주들이 계속 등장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배구팀이 유지되고, 어린 선수들이 충분한 훈련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키가 크고 재능 있는 선수들을 조기에 발굴해 엘리트 배구로 연결하고, 방학 등을 활용한 집중 훈련과 협회 차원의 장기적인 지원도 필요합니다.
결국 손서연의 등장은 한국 여자배구의 위기를 해결하는 답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에 가깝습니다.
'리틀 김연경'이라는 이름으로 손서연에게 기대를 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손서연이 자신의 배구를 완성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제2, 제3의 손서연이 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한국 여자배구의 진짜 세대교체를 위한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